LADY GREY
트라팔가 로우
원피스
#FFDAAE
黎明
나는 마른 평원에 서 있다.
늘 그렇듯 바닥이 갈라지고 틈새로 생이 추락하는 삶이다.
나의 집은 땅 아래 있다.
한기가 밑에서부터 몰아치고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위태로운 곳 위에서 언젠가부터 막연히 고대하고 만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게 어둡고 소리만 먹먹하게 울리는 심해 속에서, 결코 마주칠 수 없는 풍경을 문득 상상한다.
바람이 불어오자 잘 익은 곡식이 서로 부딪치며 자아내며 쏟아내는 파도 소리나 떠오르는 태양 빛에 불 닿은 듯 물들어 나의 눈을 멀게 할 듯 일렁이는 금빛 포말 따위를.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마땅히 발붙이고 살 육지 위 초록과, 오데트, 고향 같은 것들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앎에도 갈망하고 마는 건 나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므로.
가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 거북해, 나는 필사적으로 미보유한 것들을 힐난하며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키는 데서 기묘한 쾌감을 느끼고 마는 되먹지 못한 불한당이 되었다. 땅 위에 내 것은 없다. 정을 주었던 것들은 흰 납으로 관짝에 못 박혀 수장당한다. 물거품이 되지도 못하고 침잠해 해저 바닥까지. 가지고 싶은 것들의 말로는 동일하다. 부서지거나 사라지거나. 둘 다 내가 그리워하던 부분을 선명히 재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같다.
얄궂게도 나는 시대에 의해 약탈자로 벼려져서, 포기가 익숙한 생에도 저항하고야 만다.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손끝까지 그득하게 흐른다.
이성은 약동하는 심장에 반응한다.
체계와 제도를 불 지르는데 가감 없는 손짓이 앞도 분간 못 할 공간 속에서조차 선명해진다.
새카맣고 메마른 것들 사이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이 부조리한 형국 속에서.
무의미하게 덮인 희생과 당연한 듯 반복되는 불행, 그리고 자명한 불의 앞에 홀로 횃불도 되지 못할 작은 불씨를 들고 선 마녀를 볼 때면.
덮쳐오는 비바람에 금방이라고 꺼질 것 같은 등불을 위태로이 들고 무정한 얼굴로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홀로 경건히 걸어가는 다정함을 마주하자면.
네 희생과 의지의 아우성을 일별하였음에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 부정하고 부패한 사회는 지속되는데도.
그럼에도 네가 목소리를 높이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만 같아서.
어쩌면 네가 지른 불이 사람 눈을 가린 장막을 불태워 마땅히 우리가 가졌어야 할 것들을 손에 쥐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나는 네가 날 버림으로써 너를 사랑하게 된다.
마녀가 가장 먼저 장밋빛 손가락으로 이 밤을 열어젖히면,
그렇게 종내에 내 눈에 여명이 도래하면.
아우렐리아, 네가 고개를 들면 눈앞에 무수히 많은 황금빛 밀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