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모두에게 독방이 주어진 날이었다. 요괴에게 쫓기고 있던 이를 도왔는데 그가 지주의 아들이었고, 삼장 일행의 도움을 피력하여 좋은 숙소를 얻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에 있을 때, 팔계는 산옥의 방을 향했다. 문을 열어 보니 그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피로하다더니 침대를 보자마자 그대로 잠든 모양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옆에 모로 누웠다. 그러자 산옥이 얼굴을 팔계 품에 묻었다.
“졸려요…….”
“그래요. 식사 다 될 때까지 잠깐 자요, 우리.”
“응…….”
어제는 밤까지 요괴를 잡느라 모두 피로한 터였다. 평소라면 소란스러웠을 오공과 오정도 조용하지 않던가. 산옥이 바짝 몸을 붙여 오자 팔계 역시 그를 아듬고 긴 숨을 뱉었다. 가까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편안함, 그게 산옥과 잠드는 시간이었다.
처음 함께 잠든 날은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한 뒤라 놓아 주지 않으려 했던 일이라면, 근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산옥과 함께 잠들면 아무리 악몽을 꿔도 곁에 온기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익숙해진 나머지 곁에 없으면 불안할 지경이었으니. 아무리 독방이 주어져도 산옥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산옥은 잠들 때 아기처럼 몸을 말곤 했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뒤, 불안정한 상황에서 그와 같은 자세로 안정감을 도모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잠자는 자세를 크게 생각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기가 그러느냐는 말은 덤이었다. 그래서 팔계는 더 깊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면 제가 직접 말해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어느새 팔계도 깊은 잠에 빠졌다. 그 역시 전날 있던 싸움에 조금은 지친 탓이었다. 산옥의 온기에 제 온기를 겹치는 게 싫지 않았다. 식사 생각은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아무도 깨우러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저 이 평화로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팔계는 연인의 몸을 좀 더 잡아당겼다. 으응. 하고 잠깐 잠투정을 하던 산옥이 여전한 팔계 품을 알고는 얼굴을 꾹 묻었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니 옅은 웃음이 들렸다. 아아, 사랑스러워. 그리 생각하며 팔계는 더욱 깊은 잠에 빠져들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