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Z
기노자 노부치카
PSYCHO-PASS
#006835
주인에 관해서
어둠은 빛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관 속 영혼의 '색상'이 새까만 이들 사이 클리어한 남자는 단연 눈에 띄었다. 사실 그는 빛을 잃어가고―그의 색은 탁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희미하게 꺼져가는 빛도 어둠 속에서는 명확하게 보인다. 그러니까 그 불꽃이 어떤 모양으로 몸부림치다 종래에 사그라드는지, 어둠으로서, 그의 곁에서 어둠을 구성하는 이들로서는 너무나도 낱낱이 지켜볼 수 있었다.
생명의 색이자 독의 색, 질투하는 이의 눈동자 색, 우주에서 온 광물의 색…….
그는 눈에 띄게 불안해했고 때때로 예민하게 굴었다. 그럴 때마다 네모난 안경알이 위협하듯 번뜩였다. 공포를 감추기 위한 편리한 장치같이 보일 때도 있었다. 그 너머 눈동자는 숲의 미로, 서늘하고 어둡고 안개가 짙다. 바라볼 때면 정답 없이 깊은 곳을 헤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정원을 단정히 손질할 줄 아는 남자이므로 그의 개들이 아닌 손님에게는 반듯하게 갈무리된 태도를 내비치곤 했다. 그에게는 언제나 정장이 어울렸다.
그러나 결벽적인 척해도 결벽적이지 못했지. 가장 매섭게 선을 그었어도 계속 선을 밟아대며 화낸 것은 언제나 그 남자였다. 한낱 짐승들에게 기대하고 실망하면서, 필요로 하면서 당신은 너무나도 나약해졌어. 위태로운 밤들 사이 내가 얼마나 당신을 연민해야 했는지, 발악 같은 고통에 데면서도 기웃거려야 했는지 그리고 그가
슬픔 속에서 마침내 연소되어 한 줌 어둠으로 떨어졌을 때, 결국 같은 눈높이로 마주했을 때,
거기에는 여전히 숲이 있었다. 뿌리들은 잿더미를 삼켜 단단히 뻗었고 무성한 가지들이 늘어진 모습은 자연스럽다. 고요한 성숙. 나는 다시 길을 잃는다. 그러나 예전처럼 춥지 않았다. 단지 이곳에서 숨 쉬는 데 길들 것임을 예감하고 좀 아득해진다. 여전히 그는 나를 가둘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내겐 주도권이 없었다.
그래서 까칠한 모습이 특징이던 서툰 남자가
어느 날에 압생트를 따서 녹인 설탕을 능숙하게 타는 남자가 되고 말았다는 것은 비극일까?
아마도. 그리고 비극을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잠재범이 영위하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악취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