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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허묵

러브 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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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정은 사람의 눈은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고 믿었다. 물론 그 믿음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든 것이 거짓을 이야기한다 해도, 눈빛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그 때문일까, 이서정은 허묵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걸 좋아했다.

 

  “하하, 그러다 내 눈이 뚫리겠는걸요.”

 

  허묵은 서정이 민망해질 만치 그리 장난스레 말했지만, 실은 저를 또렷하게 바라보는 그 동그랗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좋아했다. 깜빡이며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속눈썹까지도 사랑스러웠다.

  허묵과 이서정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일을 사랑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가만히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시간이 잦고도 길었다. 그 침묵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간인 것 같아 편안했다.

 

  “…여기 커피가 맛있는 것 같네요. 케이크도.”

  “그래요? 학생이 추천해준 곳인데, 당신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요.”

 

  이서정은 괜히 부끄러워져 딴소리를 했다. 조금 전까지 저를 뚫어지라 응시하던 여자가 인제 와서 모른 체하다니, 그 모습이 괜히 놀리고 싶을 만큼이나 귀여웠다. 조금만 톡 건드려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동물 같달까. 귀 끝까지 발갛게 물들이며 달콤한 바닐라 라테를 들이켜는 이서정을 보자니, 허묵은 문득 행복과 안정을 느꼈다. 그녀의 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 허묵은 싫지 않았다.

 

  한편 민망함에 빨대로 쪽쪽 라테를 빨아들이며 창밖에 시선을 둔 서정은 조금 전까지 지그시 응시했던 그의 보랏빛 눈동자를 떠올렸다. 차갑지 않은, 따뜻한 자색의 눈. 아울러, 깊은 아이홀과 짙은 속눈썹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저를 부드러운 심연으로 이끄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의 다정함이 감싸주는 심연의 다정함이 좋았다. 이서정은 조금 전까지 허묵이 놀리던 것은 까맣게 잊고 다시 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눈꼬리를 살짝 접어 보이며 웃어주는 모습까지, 더없이 따스한 애인이었다.

 

  모든 것이 거짓을 이야기한다 해도, 눈빛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그 절대불변의 진리를 이서정은 앞으로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허묵은 제게 무언가를 숨기는 것이 있을지라도 제 앞에서 한순간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었다. 깊고 따스한 보라는 늘 그녀에게 정답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크게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누구나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까. 설령 그게 애인의 앞이라도 말이다. 그의 내면을 더 알게 되는 날이, 언젠가는 다가오겠지. 그렇게 굳게 믿으며 이서정은 허묵을 따라 웃어 보였다. 사랑을 나누기에도 아까운 시간이었다. 눈빛으로 서로를 애정하기에, 하루라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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